육각형은 원을 지향한다
유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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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02:30
저자 : 유봉희
시집명 : 몇 만년의 걸음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문학아카데미
육각형은 원을 지향한다
유 봉 희
삼년 전 그녀는 이곳에 달빛과 함께 스며들었다
그 방엔 목각의 부처와 전화 한 통이 있다 이십일세기라는
기념품 상가에서 사온 부처님을 모시려면 전화 하나쯤은 있어야
하겠기에. 그러나 전화는 수련 정진중인 어둠보다 깊다.
이렇게 눈 내리는 밤이면
오직 이 집에서 소리 낼 줄 아는 문이 삐걱거리고
불상을 잠깐 스치며 빛 여린 얼굴 그녀가 흘러나온다
그녀를 마주하며 항상 미소 짓기에
긴장했을 부처님의 입술도 잠시 풀렸으리라.
꽃비가 나린다는 그곳,
가야 할 그곳엔 가끔 눈꽃도 날리는가
그녀의 이마에 앉았던 차가운 육각형,
따뜻한 물방울로 흐른다
먹통으로 앉아 있던 전화통이 드디어 꽃비를 불러왔는가.
그녀가 꽃비를 맞고 있다
유 봉 희
삼년 전 그녀는 이곳에 달빛과 함께 스며들었다
그 방엔 목각의 부처와 전화 한 통이 있다 이십일세기라는
기념품 상가에서 사온 부처님을 모시려면 전화 하나쯤은 있어야
하겠기에. 그러나 전화는 수련 정진중인 어둠보다 깊다.
이렇게 눈 내리는 밤이면
오직 이 집에서 소리 낼 줄 아는 문이 삐걱거리고
불상을 잠깐 스치며 빛 여린 얼굴 그녀가 흘러나온다
그녀를 마주하며 항상 미소 짓기에
긴장했을 부처님의 입술도 잠시 풀렸으리라.
꽃비가 나린다는 그곳,
가야 할 그곳엔 가끔 눈꽃도 날리는가
그녀의 이마에 앉았던 차가운 육각형,
따뜻한 물방울로 흐른다
먹통으로 앉아 있던 전화통이 드디어 꽃비를 불러왔는가.
그녀가 꽃비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