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몰, 7월 13일 7시 40분
유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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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02:44
저자 : 유봉희
시집명 : 몇 만년의 걸음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문학아카데미
그 일몰, 7월 13일 7시 40분
유 봉 희
세 뼘쯤 남은 해,
바닷가로 나가는 길에 갈대밭 갈대들은
어서 오라는 것인지 고만 돌아가라는 것인지
서걱거리는 손을 자꾸 흔들고 있다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언제나처럼 조금 망설이다 한 길로 들어섰지만
모든 입구가 출구를 물고 서 있다고 생각하면
갈대의 손짓이무슨 의미이든 상관 있겠는가
바다는 저기서 마지막 햇살로 나뭇잎처럼 찰랑인다
두 뼘쯤 남은 해,
일렁이는 물결에 금빛 망을 던져 놓고
다시 생각하듯 머뭇거리는 일몰
수평선에 걸려 반짝이는 잔물결들은
심해의 나뭇잎, 떨어지는 오늘 해 한 덩이도
온 몸을 던져 심해의 뿌리에 닿고 싶은가
한 뼘쯤 남은 해,
해 종일 무겁던 머리, 당기듯 끌리듯 바다로 내렸다
기어코 뿌리에 닿았는가
붉은 해를 우려낸 바닷물이 수평선을 조금 넘었다
유 봉 희
세 뼘쯤 남은 해,
바닷가로 나가는 길에 갈대밭 갈대들은
어서 오라는 것인지 고만 돌아가라는 것인지
서걱거리는 손을 자꾸 흔들고 있다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언제나처럼 조금 망설이다 한 길로 들어섰지만
모든 입구가 출구를 물고 서 있다고 생각하면
갈대의 손짓이무슨 의미이든 상관 있겠는가
바다는 저기서 마지막 햇살로 나뭇잎처럼 찰랑인다
두 뼘쯤 남은 해,
일렁이는 물결에 금빛 망을 던져 놓고
다시 생각하듯 머뭇거리는 일몰
수평선에 걸려 반짝이는 잔물결들은
심해의 나뭇잎, 떨어지는 오늘 해 한 덩이도
온 몸을 던져 심해의 뿌리에 닿고 싶은가
한 뼘쯤 남은 해,
해 종일 무겁던 머리, 당기듯 끌리듯 바다로 내렸다
기어코 뿌리에 닿았는가
붉은 해를 우려낸 바닷물이 수평선을 조금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