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씨앗

                                                      유 봉 희
 

방금 염색통에서 꺼낸 듯 붉은 단풍나무를 보다가
잎 밑에 날개 달린 씨앗들,
푸로펠라같은 날개 안에
꼭꼭 씨앗을 담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
온 몸을 저렇게 붉게 물들면서도
온전히 붉게 젖으면서도
언제 이런 씨앗을 준비했을까

바람 부는 저녁
누구는 건성건성 일상의 다리를 건너며
어설프게 붉은 마음을
빈 날개로 마구 날려보낼 때
단풍나무는 붉은 잎 아래
여문 씨앗을
단단히 숨겨
가볍게 날려보내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