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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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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봉희     시집명 : 몇 만년의 걸음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문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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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봉 희


언덕 위 나이 많은 철목련나무는
덤불만 키우고 있습니다
동네 아이들 떠난 자리를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핑계 삼아
제 어깨 밑에 오래 잡아둡니다
나무 허리 쯤, 하트 안에 새겨 있는 두 글자
A자인지 H자인지
풀어져서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끊어질 듯 이어진 하트 안에
두 이름 머리 글자 어렵게 머물러 있습니다
메멘트모리!* 시간이 작은 소리로
메멘트모리!* 바람이 소리쳐도
철목련나무가 힘들게 붙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 맹세 아직도 풋풋한지
몇 차례 잎 엽서 날려보내기도 했답니다
이 저녁에 기다리다 못해 직접 나서보려고
뿌리가 땅 위로 발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여, 확인하려 하지 마세요
그대를 사랑의 증인이라 부르겠습니다.



* Memento mori ·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 뜻의 라틴어다.
침묵의 수도원에서도 이 말은 허용된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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