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 속아주기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백 번 속아주기

저자 : 유봉희     시집명 : 몇 만년의 걸음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문학아카데미
백 번 속아주기

                                                                            유 봉 희


바람 부는 풀튜기 바닷가 모래언덕을 걷다가
앞에서 비틀거리는 고리물떼새 한 마리를 보았다
몹시 다쳐서 쩔뚝거리며 찢어진 날개를 질질 끄는 새, 저걸 어쩌나!
조심스럽게 몇 발자국 따라가는데 갑자기 하늘로 휙 날아오른다
아하! 이곳을 잘 살펴보면 고리물떼새 새끼들이 숨겨져 있겠지
파도소리가 자분자분 두드려 주어도 아직은 털 보송보송 일어나는
새끼들.


엄지만한 저 어미새 머릿속 어딘가에 저런 능청스러움이 숨어 있을까
새의 시조 아르케오프테릭스*에서부터 그려왔을 머릿속 지도는
세상의 모든 어미가 공유하겠지만 어떤 어미도
새끼를 먹이사슬 넘어로 던질 수 없다 저 새는 어떻게
체념의 무거운 닻을 조그만 가슴에 내려놓고 있을까
조그만 새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백 번이라도 싱싱하게 속아 주는 일 뿐이구나.




*아르케오프테릭스(Archaeopteryx): 가장 오래된 시조새(약 1억3800만년전)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