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시작
유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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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02:11
저자 : 유봉희
시집명 : 몇 만년의 걸음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문학아카데미
가혹한 시작]
유 봉 희
누워서도 벽이 되고
쓰러져서도 기둥이 될 수 있는지
버클리 해안가를 걷다 보면 알 수 있다
버려진 콘크리트 큰 조각들이
철근을 박은 채
언젠가는 녹아내리기를 기다리며
숨 넘어 갈 듯 파도를 받고 있다
부서지고 깨어져서도 죽어지지 않는 몸
그들은 한 때 완전한 죽음
썩어지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겠지
품위 있는 죽음을 생각해 보곤 했겠지
오고가는 물길만큼 생각도 여러 갈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나, 이 간지러움
고몰고몰 움직이는 것들, 찰랑찰랑 춤추는 것들
소금기 밴, 깨어진 콘크리트 조각 위에
하필이면 여기에다 이렇게 집을 지을까
누운 벽, 쓰러진 기둥들이
쏟아지는 파도를 막으며
힘차게 심호흡을 시작한다
유 봉 희
누워서도 벽이 되고
쓰러져서도 기둥이 될 수 있는지
버클리 해안가를 걷다 보면 알 수 있다
버려진 콘크리트 큰 조각들이
철근을 박은 채
언젠가는 녹아내리기를 기다리며
숨 넘어 갈 듯 파도를 받고 있다
부서지고 깨어져서도 죽어지지 않는 몸
그들은 한 때 완전한 죽음
썩어지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겠지
품위 있는 죽음을 생각해 보곤 했겠지
오고가는 물길만큼 생각도 여러 갈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나, 이 간지러움
고몰고몰 움직이는 것들, 찰랑찰랑 춤추는 것들
소금기 밴, 깨어진 콘크리트 조각 위에
하필이면 여기에다 이렇게 집을 지을까
누운 벽, 쓰러진 기둥들이
쏟아지는 파도를 막으며
힘차게 심호흡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