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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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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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가

김희락 0 1531
저자 : 윤상운     시집명 : 달빛 한 쌈에 전어 한 쌈
출판(발표)연도 : 1973     출판사 : 도서출판 시학(2005)
연 가(戀歌)

                                      윤 상 운

            1

  그대와 내가 마주보고
  그대가 나의 누구인가를 묻고 있을 때
  그대는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네
  겨울의 눈덮인 들에서건
  별이 숨은 어두운 강에서건
  스스로 가득하며 따뜻했던 우리
  우리가 거주할 정원의 나무
  목련과 라일락 곁에서
  정오가 던지는 은빛 그물 안에서
  서로의 모습을 정립하려고 했을 때
  우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네
  빛과 모습을 뛰어넘는
  사랑을 장식하며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입맞춤 속에 녹아 있는
  모든 것은 무너지고 있었네

            2   

  잠길에도
  잠의 끝에 이르기 전에
  우리가 걷는 길은 끊어져 있었어
  바람이 뜨락을 채우는 자정
  뜨락을 지키는 소롯한 나무
  혼자서 키가 크는 나무 위에
  그대가 기르는 새는
  날아오지 않았어
  잠길에도
  그대 사는 숲의 하늘을 알 길 없고
  그림자만 긴 나무
  낮과 밤이 엇바뀌는 끄트머리 쯤
  외가닥 바람으로 떠돌아도
  그리움의 아슬한 끝은 잡히지 않았어
  풀잎에 맺히는 한 방울 이슬
  이슬에 비치는
  그대 사는 숲의 쟁쟁한 새소리
  다가서면 무수한 빛의 입자로
  허공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어
  바람이 홀로 깨어있는 뜨락
  어둠에 싸여
  나무는 그림자가 길었어

            3

  그대와 나의 가슴을 뚫고
  어둠의 일맹이가 종처럼 울린다
  바람이 흐르며 쌓이는 곳곳에
  그대의 목소리 흩어지고
  앞뒤에서 문이 닫힌다
  그대가 밟고 간
  어두운 들의 한쪽 끝
  광주리의 햇살을 내려놓으며
  건내주던 환한 아침을
  가슴에 품어온 거울에 금이 간다
  그대의 얼굴이 흩어져 날고
  내가 밟는 어둠
  무겁고 예리한 어둠이 살을 부신다
  그대와 나의 분별의 창에 피는
  살의 파편
  저울 눈 위 눈금을 부수는 그대
  야윈 눈 빛을 남겨놓고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무너뜨린다
  어둠 속에
  그대의 모습이 홀로 남아
  어둠을 이고 일어나고 있다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8-02-15 23:01:20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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