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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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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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 와서

poemlove 0 5917
저자 : 도종환     시집명 : 접시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1991     출판사 : 실천문학사
옥천에 와서

                              도종환


영암산 골이 깊어 바람이 길다
시를 쓰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에 태어나
몇 편 시에 생애를 걸고 옮겨 딛는 걸음이 무겁다
새해엔 또 어디로 쫓기어 갈 것인가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를 노모께 맡기고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큰애가 문에 서서
빨리 다녀오라고 민들레처럼 손을 흔들 때
자주 오지 못하리란 말일랑 차마 못하고
손을 마주 흔들다 돌아서며
아내여, 당신을 생각했다
이 싸움은 죽어서도 끝날 수 없는 싸움임을 생각했다
세상을 옮겨간 당신까지 다시 돌아와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하는 싸움임을 생각했다
슬픔보다는 비장함이어야 한다
이 땅 어느 그늘 물풀 크는 곳이면 내 못 갈 곳 없지만
에미 앓고 애비와도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이들을
당신께라도 다시 보살펴달라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마음 이 미어짐을 당신도 헤아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이 길을 가야 한다
죽음도 삶도 모두 한 세상 이루어
우리도 무성히 되살아나며 이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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