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인들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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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4 11:27
저자 : 도종환
시집명 : 접시꽃 당신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동량역까지 오는 동안 굴은 길었다.
남자는 하나 남은 자리에 여자를 앉히고
의자 팔걸이에 몸을 꼬느어 앉았다.
여자는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남자는 어깨를 기울여 그것들을 읽고 있었다.
스물 여섯 일곱쯤 되었을까
남자의 뽀얀 의수가 느리게 흔들리고
손가락 몇 개가 달아나고 없는 다른 손등으로
불꽃 자국 별처럼 깔린 얼굴위
안경테를 추스리고 있었다
뭉그러진 남자의 가운데 손가락에 오래도록 꽃히는
낯선 내 시선을 끊으며
여자의 고운 손이 남자의 손을 말없이 감싸 덮었다
굴을 벗어난 차창 밖으로 풀리는 강물이 소리치며 쫓아오고
열차는 목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남자의 손가락 두개
여자는 남자의 허리에 머리를 기대어 있었고
남자의 푸른 심줄이 강물처럼 살아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하나 남은 자리에 여자를 앉히고
의자 팔걸이에 몸을 꼬느어 앉았다.
여자는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남자는 어깨를 기울여 그것들을 읽고 있었다.
스물 여섯 일곱쯤 되었을까
남자의 뽀얀 의수가 느리게 흔들리고
손가락 몇 개가 달아나고 없는 다른 손등으로
불꽃 자국 별처럼 깔린 얼굴위
안경테를 추스리고 있었다
뭉그러진 남자의 가운데 손가락에 오래도록 꽃히는
낯선 내 시선을 끊으며
여자의 고운 손이 남자의 손을 말없이 감싸 덮었다
굴을 벗어난 차창 밖으로 풀리는 강물이 소리치며 쫓아오고
열차는 목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남자의 손가락 두개
여자는 남자의 허리에 머리를 기대어 있었고
남자의 푸른 심줄이 강물처럼 살아서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