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의 것 - 류시화
poe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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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4 16:47
저자 : 류시화
시집명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외딴 집에 홀로 사는
남자, 침묵은 그의 것
오후의 나른함과 권태는 그의
어깨죽지에서 피어오르고, 한두 시간쯤
시간을 내어 그가 산책하는
길에는 잎사귀가 넓은
붉은 꽃들이 피어있다, 붉은 꽃들
그의 그림자는 그의
것, 반항하지 않으며 그가 좋아하는
엉겅퀴풀들, 엉켜 있는 뿌리들, 시간의
얼룩들 위를 지나
우리는 가끔 마주치기도 하는
남자, 태양은 등 뒤에서 그의
뇌를 미지근하게 부풀린다 둥글고
딱딱한 것, 열에 들뜬 열매들
좁고 가파른 돌길을 걸어내려와 우리가
한쪽으로 비켜섰을 때 우리 발앞을
지나쳐간 남자, 그의 시간은
그만의 것, 그가 꿈꾸는 것과
위험한 생각들도
그만의 것
그가 비탈을 걸어 내려갈 때 그의 발이
굴러 떨어뜨리는 흙은 비탈에게 한 세계를 준다
그는 왜 모자를
썼을까, 왜 모자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을까, 그는 살아가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 두렵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는 홀로 사는 남자, 이따금
한번도 내려가보지 않은 강 아래쪽의 풍경과
한 낮의 수증기, 구름들에 이끌리기도 하지만
오후에 한 두시간 쯤 시간을 내어 그는
어느 곳에 이른다 그의 삶은
그의 것, 그가 이르는 곳에는
그만이 서 있다, 꽃들의 그림자
그림자가 감추고 있는 그림자
산책하는 이들의 발길을 비웃는
비탈길에서 그는 미끄러진다, 미끄러져 내린다
우리가 놀고 있는 강 아래쪽으로 떠 내려온
남자, 죽음은 그의 것
햋빛을 피해 얼굴을 물 속에 처박고
뒤통수에 앉아 있는 검은 물잠자리도
그의 것, 이미 알수 없는 곳에 가 있고
알수 없는 그만의 것에
이끌려 있다
남자, 침묵은 그의 것
오후의 나른함과 권태는 그의
어깨죽지에서 피어오르고, 한두 시간쯤
시간을 내어 그가 산책하는
길에는 잎사귀가 넓은
붉은 꽃들이 피어있다, 붉은 꽃들
그의 그림자는 그의
것, 반항하지 않으며 그가 좋아하는
엉겅퀴풀들, 엉켜 있는 뿌리들, 시간의
얼룩들 위를 지나
우리는 가끔 마주치기도 하는
남자, 태양은 등 뒤에서 그의
뇌를 미지근하게 부풀린다 둥글고
딱딱한 것, 열에 들뜬 열매들
좁고 가파른 돌길을 걸어내려와 우리가
한쪽으로 비켜섰을 때 우리 발앞을
지나쳐간 남자, 그의 시간은
그만의 것, 그가 꿈꾸는 것과
위험한 생각들도
그만의 것
그가 비탈을 걸어 내려갈 때 그의 발이
굴러 떨어뜨리는 흙은 비탈에게 한 세계를 준다
그는 왜 모자를
썼을까, 왜 모자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을까, 그는 살아가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 두렵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는 홀로 사는 남자, 이따금
한번도 내려가보지 않은 강 아래쪽의 풍경과
한 낮의 수증기, 구름들에 이끌리기도 하지만
오후에 한 두시간 쯤 시간을 내어 그는
어느 곳에 이른다 그의 삶은
그의 것, 그가 이르는 곳에는
그만이 서 있다, 꽃들의 그림자
그림자가 감추고 있는 그림자
산책하는 이들의 발길을 비웃는
비탈길에서 그는 미끄러진다, 미끄러져 내린다
우리가 놀고 있는 강 아래쪽으로 떠 내려온
남자, 죽음은 그의 것
햋빛을 피해 얼굴을 물 속에 처박고
뒤통수에 앉아 있는 검은 물잠자리도
그의 것, 이미 알수 없는 곳에 가 있고
알수 없는 그만의 것에
이끌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