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등(瓦斯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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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瓦斯燈)

관리자 1 20245
저자 : 김광균     시집명 : 와사등
출판(발표)연도 : 1939     출판사 : 남만서고
와사등(瓦斯燈)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1 Comments
가을 2006.04.01 15:31  
회화적 이미지를 중시한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의 기수였던 김광균의 이 시는 문명의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과 낭만적인 감상을 시각화하여 보여 주었다.
 이 시의 제목인 와사등(瓦斯燈)이란 gas등을 말한다. 현대 도시문명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밤 거리를 거닐면서 바라본 가스등의 차가운 불빛은 시인에게 슬픔을 느끼게 한다. `와사등'의 빛은 따뜻함을 주는 불빛이 아니라 `차단-한' 불빛이며, `비인 하늘'에 걸려 있는 쓸쓸한 불빛이다. 화자는 와사등을 마치 오갈 데 없이 방황하는 자신에게 갈 길을 재촉하는 신호처럼 느끼고 있다. 가스등 외에도 도시의 거리를 채우고 있는 풍경은 화자에게 슬픔과 방황, 그리고 공허함을 주는 것으로 표현되었는데, 해가 지는 것을 `황망히 나래를 접고'로 표현한다거나, 도시의 늘어선 고층건물을 묘지에 세워진 `묘석'으로 보고 있다거나, 찬란한 야경을 헝클어진 잡초로 보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애와 슬픔으로 가득찬 화자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슬픔에 차 있을 수밖에 없다. 화자는 군중 속에서도 공허를 느끼며,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나 고층 건물에서 죽음과 슬픔만을 느낀다.
 화자가 와사등을 차갑고 쓸쓸한 불빛으로 느끼고 도시를 묘지처럼 죽음과 두려움으로 느끼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 `까닭도 없이 눈물'겹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명백하게 보이지 않는 비애와 공허의 이유를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신호이냐고 독백하는 마지막 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갈 곳을 모르고, 자신에 대한 확신과 지향과 목표 없이 방황하기 때문에 그는 까닭도 없이 슬프고 어두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등잔불과는 달리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가스등의 창백한 불빛 아래 갈 곳 없이 도시의 거리를 방황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김광균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하였다. 자신의 생활 근거지인 도시를 묘지로 생각하는 이의 비애는 김광균의 시에 방황하는 사람으로 자주 드러난다. 삶의 목표와 그 방향을 잃은 이가 흥성스러운 도시를 거닐다 문득 올려다 본 빈 하늘에 홀로 켜진 차가운 가스등 불빛이 그에게 새삼스런 비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절망과 비애를 통해 도시문명을 비판하며 개체의 고독을 회화적 수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김광균 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해설: 이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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