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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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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3 11995
저자 : 기형도     시집명 : 입 속의 검은 잎
출판(발표)연도 : 1989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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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3 Comments
tnraud7 2005.11.25 14:04  
아까운 시인이 너무 빨리 요절을 한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기 시인의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밝혔지만 이 시를 보며 일각에선 그의 죽음을 자살로 유추하던데...정말 시 내용이 너무 비감합니다. 아름다운 정신이여, 아까운 시인이여...
이승복 2008.01.31 23:21  
2008년 1월 1일부터 조선일보 연재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에서 이 제목의 詩 보고 여기서 다시
보고 갑니다. 정말 좋은시 다시 감상하고 감사드리고 갑니다.
하늘나라에 가신 님께 명복을 비옵니다.
최일화 2011.08.15 01:19  
그의 사랑은 무엇일까?
한 여인을 잃고 시인이 이렇게 절망할 수 있을까?
여기서의 사랑은 나 이외의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조국이라든지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라든지 하는 객관적 존재가 아니다.
여기서 사랑은 기형도의 내면의 열망, 혹은 비전같은 것이다.
그 사랑을 잃고 시인은 이 글을 쓴 것이다.
왜 시인은 사랑을 잃었는가. 암울한 시대상황때문이다.
꿈과 이상을 짓밟는 정치적 혼란과 불신이 꿈을 빼앗아 간 것이다.
이윽고 세상과의 소통이 중단되고 암흑처럼 어두어지고 빈집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