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원한다면/늘 푸른 강물이듯이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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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한다면/늘 푸른 강물이듯이16

홍문표 0 1987
저자 : 홍문표     시집명 : 지상의 연가 -늘 푸른 강물이듯이
출판(발표)연도 : 1992     출판사 : 양문각
늘 푸른 강물이듯이
당신의 무릎 아래 배설된
싱싱한 목숨
당신이 원한다면
이 토실한 목아지
정수리에서 발목까지
통째로 드리리이다

당신의 발미에 엎드려
향유로 감은 머리
목을 씻고
발을 씻고
상한 영혼을 씻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촛불이 되어
이 한밤을 사르는
청사초롱이 되어

당신 눈빛에 뿌려질 때마다
진동하는 두려움
나는 수줍은 장미한송이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
당신 창가에 머무는
피리를 불고
새벽이면 온 몸을 풀어
길섶에서 반짝이는 이슬이게 하소서

나는 눈멀고 귀먹은 무명초
남산 소나무 우뚝한 돌무덤
그 호젓한 바위틈에
온몸을 감추고
뼈마디로 타고오는
창세의 바람소리
그 황홀한 감촉으로
밤마다 전율하는 복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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