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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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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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정호승

poemlove 0 8608
저자 : 정호승     시집명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푸른 달밤이었다
그는 흰옷을 입고 있었다
한 손에 칼을 쥐고
또 한 손에 사람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 한걸음 뒤로 물러섰으나
그는 성큼 다가와 내게 소원을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성큼 다가와 들어갔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때였다
나는 그 달을 바라보며
시인이 되기보다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높이 칼을 들어 그가 대번에 내 머리를 잘라버리고
손에 들고 있던 새 머리를 내 목위에 척 얹어주었다
참으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는 잘라낸 내 머리를 다시 한 손에 들고
어디론가 달빛 따라 길을 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매달려가는 내 머리가
몇번이나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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