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에게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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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에게 - 정호승

poemlove 0 6246
저자 : 정호승     시집명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언제까지 저를 드시겠습니까
어느덧 모래는 바위가 되고
바위는 모래가 되었습니다
저의 안구를 파먹으신 지 이미 오래이고
저의 심장과 간장을 파먹으신 지도 이미 오래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저를 드시겠습니까
아침마다 저의 살로 밥을 드시고
밤마다 저의 피로 술을 드셔도
아직도 배가 고프십니까
하늘에서는 새들이 사라집니다
안녕이라고는 말도 못하고 나뭇잎은 떨어집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무릎뿐
저의 무릎 하나만은 남겨주십시오
집도 없는 겨울밤
첫눈으로 내리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저의 무릎 하나만은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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