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다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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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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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다 - 정호승

poemlove 1 9638
저자 : 정호승     시집명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
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왕벗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둥이 부러지거나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몸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귀똥나무는 몇 알
쥐똥만 떨어뜨리고 고요했다
심지어 길가의 풀잎도
지붕 위의 호박넝쿨도 쓰러지지 않고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길을 걸었다
1 Comments
김영배 2008.02.10 23:57  
우리 집 뒷산 대모산을  걸었다. 빽빽한 은사시나무가 온통 다 베어졌다. 푯말이 하나 서있다. 시민을 위하여 樹種을 개량한다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봄철에 꽃가루가 심하였나보다.
 내 얼마전에 훤칠한  그의 모습을 보다가, 노장의  이야기가 언뜻 생각나서,  그의 훤칠함이 우환이 되겠거니 불안하더니 과연 다 베어지고 산이 썰렁하다.
 그리 똘똘하던 사람들이란 게 그렇듯이......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