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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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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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 김지하

관리자 0 5356
저자 : 김지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눈은 내린다
술을 마신다
마른 가물치 위에 떨어진
눈물을 씹는다
숨어 지나온 모든 길
두려워하던 내 몸짓 내 가슴의
모든 탄식들을 씹는다
혼자다
마지막 가장자리
삔으로도 못 메꿀 여미 사이의 거리
아아 벗들
나는 혼자다

손목에 패인 사슬의
옛 기억들 위에 소주를 붓고
기억들로부터 떠오르는 노여움에 몸을 기대어
하나하나 너희들의 얼굴을
더듬는다
흘러가지 않겠다
눈보라치는 저 바다로는
떠나지 않겠다

한치뿐인 땅
한치도 못될 이 가난한 여미에 묶여
돌아가겠다 벗들
굵은 손목 저 아픈 조동으로 패인 주름살
사슬이 아닌 사슬이 아닌
너희들의 얼굴로 아픔 속으로
돌아가겠다 벗들

눈 내린는 바다
혼자 숨어 태어난다
미친 가슴을 찢어 활짝이 열고
나는 아이처럼 울부짖는다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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