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눕다
das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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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3 20:36
저자 : 최한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년
출판사 :
바로 눕다
최한나
집게벌레 한 마리
안방에 바로 누워있다
넓은 안방을 한 점으로 독차지하고 있다
아무도 선뜻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 점을 휴지로 싸서 버린다
당신도 저 안방에서
반듯하게 바로 누운 적 있었다
그 때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모두가 주저했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가슴 펴고 독차지하고 있던 안방
긴 밭고랑을 천천히 기던
한평생 해가 뜨고 해가 지던 구릉이
방바닥에 반듯이 펴지자
평온한 잠을 데리고 일몰이 찾아왔다
눈을 뜨고 손을 내밀 것도 같은데,
방문 밖에서 기웃거리던
두 눈이 시큰거리기도 했던가
젊은 날의 등에 업혀 깔깔거렸던 기억이
두 발로 서서 바들바들 떨었었던가
한 번도 반듯하게 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간지럽게 등 긁어준 기억 가물가물하다
등에 가두어온 당신의 속울음이
휘발된 그 날 이후
쓸모없는 햇빛만 지쳐가는
아무도 뜯어먹지 않는 고랑마다
잡풀만 무성하다
(문예바다 2016 봄호)
최한나
집게벌레 한 마리
안방에 바로 누워있다
넓은 안방을 한 점으로 독차지하고 있다
아무도 선뜻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 점을 휴지로 싸서 버린다
당신도 저 안방에서
반듯하게 바로 누운 적 있었다
그 때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모두가 주저했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가슴 펴고 독차지하고 있던 안방
긴 밭고랑을 천천히 기던
한평생 해가 뜨고 해가 지던 구릉이
방바닥에 반듯이 펴지자
평온한 잠을 데리고 일몰이 찾아왔다
눈을 뜨고 손을 내밀 것도 같은데,
방문 밖에서 기웃거리던
두 눈이 시큰거리기도 했던가
젊은 날의 등에 업혀 깔깔거렸던 기억이
두 발로 서서 바들바들 떨었었던가
한 번도 반듯하게 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간지럽게 등 긁어준 기억 가물가물하다
등에 가두어온 당신의 속울음이
휘발된 그 날 이후
쓸모없는 햇빛만 지쳐가는
아무도 뜯어먹지 않는 고랑마다
잡풀만 무성하다
(문예바다 2016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