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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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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희숙) 0 615
저자 : 김규리     시집명 : 붉은 여름을 훔치다
출판(발표)연도 : 2015     출판사 : 조선문학
교 차

                    - 김 규 리 -

  안마당에 엎어진 개 밥그릇 위로
  비가 내린다
  비는 반란군의 총알처럼 퍼 붓는다
  엎어진 개 밥그릇은 빗물 한 방울 고이지 않고
  잽싸게 흘러내린다
 
  또 다른 한 쪽
  프라스틱 양동이에 빗물이 철철 넘쳐흐른다
 
  세상의 이치는 어찌 알 고보면
  참으로 간단하다
  항상 두 개의 희비를 놓고
  패가 갈리는 장난 같은 선택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한쪽은 좌절하고
  다른 한쪽은 환호하고
  엎어진 개 밥그릇처럼 위태롭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인간은 늘 추락하고
  퍼 담을 수 없는 세월은
  인간의 땀을 요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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