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물 한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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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 물 한 컵

김안로 0 864
저자 : 김안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그 아이, 물 한 컵/김안로

양치질 하다 거울을 보니
문득 여름집 그 몽골아이가 떠올랐다

물이 흔치않은 나라의
여름 계곡을 타고, 숨어서 흐르는 물은
이가 시리도록 찼다

초원의 이른 아침
한 아이가 물 한 컵을 떠와서는
두 볼이 볼록하도록 입 안에 넣더니
하늘을 보면서 약간 어색한 듯
평상 위에다 컵을 놓았다

양치질을 하려나보다 했으나 빗나갔다

양손을 오목하게 붙이고
물을 조금씩 손바닥에 뱉어내며
얼굴을 훔치기 시작했고
몇 번을 그러다가, 이내 세안을 끝냈다
(입 안에서 물을 덥히기도 하는군!)
컵의 남은 물은 양치질 몫

볼 일을 다 끝내고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던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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