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는 말하다
박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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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03:57
저자 : 박가월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2
출판사 :
새장에 갇힌 새는 말하다
박가월
인간이 쳐 논 그물에 걸려
죄 없이 새장에 갇히기 전에는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나뭇가지에 앉아 낭만을 노래하는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새였다
인간의 쾌적한 공간을 꾸미고자
이렇게 몇 날을 가둬 놓고
인간들은 새를 놓고 흥정하였다
낯선 땅에 팔려 적응하면서
향수에 자유를 애원했지만
새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도 않고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으며
모든 것들을 소유하려고만 했다
살기 위해 주는 모이를 먹으며
장식용 노리개로 길들여져 가고
문을 열면 본능적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인간의 손에 번번이 붙잡혀
동반할 삶을 구속받는다
크게는 고래 코끼리 곰 사자에서
작게는 두더지 나비 거북이 붕어에까지
잘나고 못나고 가릴 것 없이
주어진 평등을 보신과 눈요기로
인간이 앗아가 자유를 잃고 말았다
인간은 새처럼 날고 싶어 하면서
인간은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면서
새는 날고 싶어 생존권을 외치는데
인간은 부富의 축적을 충족하느라
이 땅에 살아 있는 것들을 지배하고 있다.
발표:『문학21』2002년 1월.
시집:『황진이도 아닌 것이(2007)』31p에 수록.
박가월
인간이 쳐 논 그물에 걸려
죄 없이 새장에 갇히기 전에는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나뭇가지에 앉아 낭만을 노래하는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새였다
인간의 쾌적한 공간을 꾸미고자
이렇게 몇 날을 가둬 놓고
인간들은 새를 놓고 흥정하였다
낯선 땅에 팔려 적응하면서
향수에 자유를 애원했지만
새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도 않고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으며
모든 것들을 소유하려고만 했다
살기 위해 주는 모이를 먹으며
장식용 노리개로 길들여져 가고
문을 열면 본능적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인간의 손에 번번이 붙잡혀
동반할 삶을 구속받는다
크게는 고래 코끼리 곰 사자에서
작게는 두더지 나비 거북이 붕어에까지
잘나고 못나고 가릴 것 없이
주어진 평등을 보신과 눈요기로
인간이 앗아가 자유를 잃고 말았다
인간은 새처럼 날고 싶어 하면서
인간은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면서
새는 날고 싶어 생존권을 외치는데
인간은 부富의 축적을 충족하느라
이 땅에 살아 있는 것들을 지배하고 있다.
발표:『문학21』2002년 1월.
시집:『황진이도 아닌 것이(2007)』31p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