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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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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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송병호 0 771
저자 : 송병호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     출판사 : *
빈집
                                            송병호

그 집에 온기가 사라지고 새집을 짓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구름이 해를 물고 있는 어느 날
집주인은 방문을 잠그고
창문마다 스티로폼 조각을 덧대더니
청 테이프로 덧칠을 했습니다
사리 문에 철사 줄을 칭칭 매고
손바닥을 털 털 털어 씻더니
1톤의 바퀴자국만 남겨놓고 떠났습니다
붉은 햇볕이 구멍 뚫린 루핑지붕을 열고
황달을 앓고 있는 꺾인 뼈마디를 괴롭힙니다
불법 입주한 살 오른 잡초들
지경을 넓혀 가는 하루해가 짧습니다
낮은 날것들과 천적의 식성을 다투고
밤은 터줏박이들이 새벽이 차오도록
피비린 연회는 배부릅니다
가끔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자진 퇴거를 종용하지만 이전과 사뭇 다른 것은
별 그림자 지치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젖꼭지가 축 늘어진 암코양이가
집안을 둘러보지만 입주를 재고하고 있습니다

울타리는 냄새도 없이 썩어 가는데
빈집은 그렇게,
그렇게 완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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