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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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30 13:08
저자 : 목필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지하철에서
潤疇 목필균
네 명의 손주 품고 나니
어느 새 경로석에 앉게 되었다
설친 잠 때문인지
고개를 숙인 채 자꾸 눈이 감긴다
잠깐잠깐 눈을 뜨면
출근길 갖가지 신발들이 보인다
주인들은 보이지 않지만
이른 아침 어디로 가는 신발인지 알 것같다
투박한 등산화
정갈한 뾰족구두
커 보이는 운동화
뒤축이 주저앉은 낡은 구두
지하철 바닥에 빼곡히 자리 잡았다가
역마다 떠나고 다시 모이는 신발들
스마트폰에 눈귀를 쏟고 있는 주인을 지탱하고 있다
빈 경로석 앞에서 차마 앉지 못하고
저린 발 뺏다가 넣었다 하던
뾰족구두가 허겁지겁 빠져나간 충무로역
그녀의 저린 발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동걸음이었던 내 젊음은
어느 역을 통해 떠났을까
潤疇 목필균
네 명의 손주 품고 나니
어느 새 경로석에 앉게 되었다
설친 잠 때문인지
고개를 숙인 채 자꾸 눈이 감긴다
잠깐잠깐 눈을 뜨면
출근길 갖가지 신발들이 보인다
주인들은 보이지 않지만
이른 아침 어디로 가는 신발인지 알 것같다
투박한 등산화
정갈한 뾰족구두
커 보이는 운동화
뒤축이 주저앉은 낡은 구두
지하철 바닥에 빼곡히 자리 잡았다가
역마다 떠나고 다시 모이는 신발들
스마트폰에 눈귀를 쏟고 있는 주인을 지탱하고 있다
빈 경로석 앞에서 차마 앉지 못하고
저린 발 뺏다가 넣었다 하던
뾰족구두가 허겁지겁 빠져나간 충무로역
그녀의 저린 발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동걸음이었던 내 젊음은
어느 역을 통해 떠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