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에서 쇠박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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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에서 쇠박새까지

미늘 0 807
저자 : 강효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직박구리에서 쇠박새까지/강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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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한 범고래 박새야
겁 많은 귀염둥이 쇠박새야
근엄한 직박구리야
꼬리로 인사하던 딱새야
궁금한 게 많았던 살가운 곤줄박이야
욕심쟁이 동고비야
옥녀봉 친구들아
그리움이 너희들을 호명한다

1
산새들과 놀다 산에서 내려오면
산새들은 꿈으로 날아와 어깨에 내려앉았다
산새들의 지난한 겨울나기를 위해
한 줌의 땅콩을 창가에 놓아두었는데
굴참나무에 큰 집을 지은 까치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산새들을 쫓아내더니
땅콩을 독점 독식하고 산새들은
빈 그릇만 쪼아 먹다 낙엽처럼 떠돌았다

2
까치 직박구리 동고비 곤줄박이 딱새 박새 쇠박새
서열과 갑과 을 관계없이 식탁이 풍요로우면 좋겠지만
나는 가난하다
무엇보다 감당할 수 없는 까치의 폭력과 독재를 막기 위해
빈 달이 만삭이 되도록 고민하다 까치에게
두 번째 경고와 함께 퇴장을 명령했다
며칠을 감나무에 앉아
항문을 입에 달고 욕지거리하던 까치가 떠나고
창가에는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3
서열 1위로 등극한 직박구리가 창가를 점령했고
동고비 곤줄박이 딱새 박새 쇠박새는 눈물을 쪼아 먹었다
인연 참 그렇다
만삭의 달이 빈 달이 되도록 고민하다
내 수고로움으로 땅콩을 고르게 빻아 놓자
냉혹했던 서열도 서서히 사그라들고
탐욕과 욕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4
봄은 언제나 첫사랑처럼 다가오고
창가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직박구리는 두 마리 동고비도 두 마리 딱새도 두 마리
곤줄박이는 세 마리 박새는 열 마리
쇠박새는 네 마리의 새끼를 데려왔다

5
오늘도 창가에는
맑은 물과 갓 빻아 놓은 땅콩이 있고
나는 조금 더 가난해졌고
산새들은 내게 신비로운 언어를 알려 준다
까치는 가끔 창가를 찾아와
카아악 카아악
가래침 뱉으며 욕지거리를 하지만
나는 웃으며 가운데손가락을 날린다
나는  정의롭고 친절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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