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공석진
0
865
2017.05.25 08:00
저자 : 공석진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어머님 / 공석진
밥상이 안방으로 들어오면
나는 늘 반찬 그릇을
일렬로 나란히 펼쳐 놓았다
"아니 예가 왜 만날
밥그릇 갖고 장난을 치는 겨?"
그때마다 매번 할머니에게
혼이 나기 일쑤였지만
날개처럼 쭉 펼쳐 놓으면
손님이 온다는 옛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엄마가 올 거야'
그런 엄마가 치매가 오고 있다
넘어져 얼굴마저 크게 다쳐
얼굴의 반을 시커면 멍으로
덮은 흉칙한 얼굴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신다
"누구슈?"
"저에요,셋째에요,셋째!"
한참을 보시더니
이내 생각을 포기하신다
엄마와 떨어져 살았던 어린 시절
토요일이면 엄마를 만나러
삼십 리 길을 걸어서 가야 했었다
가다 지치면 큰 바위에 누워
잠이 들고 다시 깨어나 걷다가
어느 맘씨 좋은 아저씨 트럭에
몸을 싣고 가기도 했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찾아가면
엄마는 맨발로 뛰쳐나와
"아이고, 내 새끼! 이 어린 것이.."
나를 꼬옥 껴안아 주셨다
어머니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린다
'어머님이 힘들지 않으시게
좋은 기억만 생각나게 해주세요'
나를 다시 찬찬히 보시더니
"세째야, 한숨 잤니? 조심해서 가"
밀려오는 모정에 울컥해서
눈물을 속으로 꿀꺽 삼켰다
秋岩 詩
밥상이 안방으로 들어오면
나는 늘 반찬 그릇을
일렬로 나란히 펼쳐 놓았다
"아니 예가 왜 만날
밥그릇 갖고 장난을 치는 겨?"
그때마다 매번 할머니에게
혼이 나기 일쑤였지만
날개처럼 쭉 펼쳐 놓으면
손님이 온다는 옛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엄마가 올 거야'
그런 엄마가 치매가 오고 있다
넘어져 얼굴마저 크게 다쳐
얼굴의 반을 시커면 멍으로
덮은 흉칙한 얼굴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신다
"누구슈?"
"저에요,셋째에요,셋째!"
한참을 보시더니
이내 생각을 포기하신다
엄마와 떨어져 살았던 어린 시절
토요일이면 엄마를 만나러
삼십 리 길을 걸어서 가야 했었다
가다 지치면 큰 바위에 누워
잠이 들고 다시 깨어나 걷다가
어느 맘씨 좋은 아저씨 트럭에
몸을 싣고 가기도 했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찾아가면
엄마는 맨발로 뛰쳐나와
"아이고, 내 새끼! 이 어린 것이.."
나를 꼬옥 껴안아 주셨다
어머니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린다
'어머님이 힘들지 않으시게
좋은 기억만 생각나게 해주세요'
나를 다시 찬찬히 보시더니
"세째야, 한숨 잤니? 조심해서 가"
밀려오는 모정에 울컥해서
눈물을 속으로 꿀꺽 삼켰다
秋岩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