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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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눈

봄에 0 1091
저자 : 강민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허공의 눈/강민경



햇빛 품 안에 있었을 때만
나는, 내가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믿었을 때
내 속에 가득 찬
내 소망을 알아낸 즉시
내가 바라는 세계로 향해 나아갑니다

내 마음을 알아듣는 허공
그 곳곳에 눈이
무수히 많은 형상을 들이대고
나를 부르는 유혹에
망설임 따위는 지워지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면 거기가
어디든, 나를 던져 넣습니다
 
알맹이 없는
미아 적
나를 죽을힘으로 빼내어
희미하던 과거에서
허공의 눈으로 새롭게 틔워
절망을 지우고 새 생명의 영광으로
허락된 지상에서 선택받은 하나로
태양이 떠오르듯 나는 환생합니다

똑바로 눈 맞출 수 없는
광명한 태양 빛
천지를 품 안에 들여앉히고 다스리는
환한 빛 속에 당당함으로 눈을 뜬
허공의 눈, 태양이
허공을 생명으로 채우라고
나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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