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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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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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중가다

뜨라레 0 751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비스듬이 기운다는 것은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등대지기
장마중 가다


새까시 지나면 씨름하고 놀던 모래장펄 길
사각 여럿이 모여서 장꾼들 언제 올까나
집에서 멀어지면 질수록 불행해질 것 같아
산제당 언진바위가 엄히 굽어보는 홍성장길
마늘이나 콩이나 계란 두세 줄 돈 사러 가서는
흠흠 문명의 냄새 배인 고만한 장보따리 속 궁금타

찔레 삘기로 배 채우며 가는 장마중 길이다
낮볕이 태운 보리 익어가는 냄새 바람에 실리면
슥삭 호밀밭은 몸 부벼 도깨비들 불러대는지
쥐 파먹은 기계충이나 눈알 빠지는 다래끼나
소매에 더깽이진 코찡찡 애들 뒤섞여
번쩍 도깨비불 혼자서는 못 넘는 마루리고개 쯔음
왁짜한 만남, 그걸 누가 유심히 엿보았을까
살다 가신 조상님들 저승 하늘에 별로 달로 뜨겠다

올빼미 눈깔이던지 촉 낮은 남폿불 맹키로
하늘도 등 하나 빗겨 들고 월산 넘어 가루개까지 호위 중
지친 가난이야 굴뚝새 둥지처럼 미적지근하여도
벌러덩 언제고 돌아가 누울 아랫목이야 있질 않던가
살가운 농투성이 수릿골 사람들 허투루 살진 않았으니

찌익 줄지어 밤을 가르며 새목이 논길을 지네발로 더듬어
웅성웅성 장꾼 마중꾼 함께 달빛에 밟히고 밟으며
뒤에 남긴 것이야 까짓거 도깨비끼리 노는 저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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