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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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임백령 0 788
저자 : 임백령     시집명 : 거대한 트리
출판(발표)연도 : 2016.6.30     출판사 :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지리산(智異山)

마을 전설이 숨어든 산속 어느 골짜기로
간다 하였다. 베레모 군인들이 동청에 머무는 때면
우리는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줌싸배기 똥싸배기
던져주는 말 좋아라고 한 마디씩 기다렸다.
헬리콥터 삐라가 공중 꽃비로 내리는 날
두근거리는 꿈을 쫓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흘러온 봇짐장수가 이웃 마을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피 묻은 처녀의 붉은 댕기 조각도 보따리에 섞여 있었다.
산수유 꽃가지 상여를 메고 흘러가는 시냇물
꽃숭어리들이 돌 틈에 걸려 노랗게 흔들렸다.
물의 나라 무릉도원 들머리에서
우리는 애꿎은 물고기만 잡아 툭툭 배를 땄다.
탱탱한 슬픔의 부레 터지는 소리 아무도 듣지 못했다.

아랫마을 산봉우리를 윗마을 노랫가락이 휘감아 왔다.
마을에서는 장구 등을 두드려 그 소리를 걷어 냈다.
그리하여 윗마을에 가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 사연 지천으로 피었다 져도
아무 것도 몰랐던 시절 혼자 솟은 산이
백설을 머리 위에 얹고 살았다.

아침마다 해가 그쪽에서 떴다. 산 너머
붉은 노을이 동쪽 바다에서 들끓었을 것이다.
그곳으로 뻗어 있는 마을 뒤쪽 산길
나무 등짐 속에서 인골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산속으로 들어간 마을 전설이 잊혀 갈 즈음
어느 날 나는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곳곳
뻗어 있는 산의 줄기를 그 속에 감추어진
슬픔의 깊은 뿌리가 마을에 들어서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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