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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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

저자 : 박후식     시집명 : 흐르는 강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문학의 전당
흐르는 강 / 박후식



누군가 그리울 때는
강가에 나가 산의 그림자가 있는
그 옆에 앉아보자           
웃는 일도 우는 일도 다 멈추고         
무심히 흐르는 저 강심을,             
쭈그리고 앉아
풀잎 하나 뜯어 물거나                             
갈라진 돌멩이 주워 강물 위에 날리다보면           
뿅뿅뿅 저만큼 날아가 사라지는 것을…               

어릴 적 친구의 모습이었다가                   
강둑을 돌아나가는
한 소녀의 영상이었다가
한없이 젖어드는 또 다른 슬픈 얼굴이             
강물 위에 섞여 저리 흐르는 것은               
오랜 세월 다지고 굽이치면서           
버릴 것 다 버리고
사랑의 유속으로 저리 흐를 수 있는 것은
또 누구의 눈물이랴
                   
강가에 앉으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다하지 못한 아픔이
산의 그림자처럼 가까이 와 있음을 알면서도         
강물이 저리 흐르는 것을 보면
세월을 넘어 굽이굽이 흐르는 것을 보면             
저를 또 어쩌랴!
누군가 그리울 때는
강가에 나가 그 옆에 앉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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