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靑山 손병흥

한여름 무더위에 허덕였던 푸른 잎사귀들이
불어오는 선선해진 산들바람에 옷깃을 여미어

고단했던 고통 물린 채 여전히 꽃을 피워내는
바람 불어 좋은 한들거리는 꽃구경이 그리운 날

파란하늘만큼 자라난 키 큰 코스모스 줄기 되어버린
성큼 걸어보는 길 따라 색깔마저 눈부신 꽃들의 향연

밤이 새도록 철따라 구슬피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처럼
덧없이 지나가버린 추억만큼 문득 뒤돌아보는 사색의 시간

한바탕 몸살을 앓아버린 생채기가 나버린 가슴 쓰다듬어줄
회색빛 퇴락의 슬픔 살짝 감도는 가을 향기 풍기는 흔적들이

들판 길 산자락마다 물씬 풍기는 행복한 기다림 가을날의 정취
노을빛 닮아 더욱 애처롭게 피고 지는 아쉬움이 가득한 이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