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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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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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임백령 0 2746
저자 : 임백령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8.23     출판사 :
리니지

지금은 가정을 갖고 성인이 된 조카가 옛날
리니지란 게임을 하고 있기에 보니까
길 가다가 만나면 패서 죽이고 또 가다가 만나면
몽둥인지 칼인지를 계속 내리쳐 죽이는 게임
지루하게 내리쳐서 살인을 완성하는
어린 조카에게 나는 한 마디를 던졌다.
야, 거 무슨 재미냐? 지켜보기에도 무료했고
생명 빼앗는 행위를 흥미로운 게임으로 바꿔
즐기는 것이 해악이 될 것을 염려한
핀잔이자 충고가 불현듯 떠오르는 한 장의 사진

살인도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죽이는 기술에
도가 튼 손들은 살기가 다 빠져나갔을까
그 손으로 가족을 안아 주고 애완견을 쓰다듬고
신에게 다소곳이 제 피를 모아 바칠까
정말 길 가다가 보면 누구든지 죽이고 싶은
살인의 충동 이제는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추억

조카의 열정적인 쾌락이 게임 속 아이템에 옮겨졌듯
천구백팔십 년 오월 광주 길거리에서 몽둥이와 대검과
총을 든 군인들은 그들을 지휘하는 독재자의 광기에
홀려서 미친개처럼 날뛰었을까 제일은행 사거리
몽둥이 하나씩 들고 새까맣게 사냥감 찾는 하수인들
찍힌 사진을 보고 있자니 조카의 게임이 생간난다.
가다가 만나면 패서 죽이고 또 길을 가다가 만나면
무조건 패서 죽이던 게임 그 속에서 살인의 광기
벌떡이는 심장 하나 달고 피의 냄새를 찾던 개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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