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넘어 산사(山寺)로 간 벗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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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넘어 산사(山寺)로 간 벗에게

오문경 0 2451
저자 : 오문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0     출판사 :
쉰 넘어 산사(山寺)로 간 벗에게/오문경






네 푸르고 나 파아란 날에

침방울 튕겨가며 개똥철학 논쟁하던

의기는 어디 두고

이름도 희미한 산사,

외진 산방(山房)에 몸을 숨기었는가

먹비에 옷 젖는 줄도 몰랐던 시간 속,

온화한 입술,

바람 한 점에도 부릅 쥔 눈알,

어둑한 시장통 추레한 좌판 위,

걸쭉한 누런 국수 면발처럼

길고 길 줄만 믿었던 우정의 배는

어디에다 띄워 보내고

기나긴 잿빛 벽돌 담장도 다 덮어가던 그대의 서(書),

흰 눈발 휘몰고 오는 백야(白夜)의 폭설같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쉰 넘게 살아온 인연(因緣)의 굴레,

업보(業報)의 운해(雲海), 마침표를 찍고

무명(無明)의 껍질 벗으려

너 홀로 천공(天空)에 뿌려진 금비(金錍)* 찾아

길을 뜨고 말았는가. 하루아침에

이 적막의 승방(僧房), 네 육신(肉身) 가두었는가

아, 발아래 하얗게 미소 짓는

맑디맑은 저 야생화 앞에서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내 위선(僞善)의 콧날은





*금비(金錍): 1.인도의 안과 의사들이 눈을 수술 할 때 사용하던 매스, 즉 수술용 칼.
2.지혜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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