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시장의 경(經)
오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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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5
2017.09.21 14:24
저자 : 오문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폐 시장의 경(經)
오문경
희부연 새벽 공기를 가르며 파도고개*를 오를 제,
돌연히 나타난 제비 한 쌍
내 어깨 위를 스쳐 날아간다
덩달아 쫓아가던 발걸음도 멈칫 허름한 골목 안,
휑하니, 좌판은 간데없고
그토록 외쳤던 장꾼들의 볼멘소리도
기억도 뻘쭘하니 내려앉은 땅
먼지만 수북이 쌓인 낡은 건물, 이곳저곳
버얼건 철근마저 퍼석한 슬래브 천장 귀퉁이,
제비집만 하나둘씩 세 들어 명맥을 잇는지
청학골 샌님도 부럽지 않은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강남서생 두엇 수런수런 경(經)을 외운다
십 년 넘어 문 닫힌 폐 시장,
풀들도 자라지 않는 산화된 시멘트 바닥은
오늘도 제 살을 파먹으며
퀴퀴한 도시의 비린내와 싸운다
말랑한 눈물과 어둠을 굴리던
그날의 흐려져 간 눈망울,
두류공원을 향하는 내내,
무뎌 오는 발걸음을 짓누르며
따라오는 울부짖음은 집을 지어라. 새집을
누가 시장의 경(經)을 듣고 그냥 가는가
*파도고개: 대구광역시 두류동에 소재한 고개, 작은 언덕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한다, 논어 구.
오문경
희부연 새벽 공기를 가르며 파도고개*를 오를 제,
돌연히 나타난 제비 한 쌍
내 어깨 위를 스쳐 날아간다
덩달아 쫓아가던 발걸음도 멈칫 허름한 골목 안,
휑하니, 좌판은 간데없고
그토록 외쳤던 장꾼들의 볼멘소리도
기억도 뻘쭘하니 내려앉은 땅
먼지만 수북이 쌓인 낡은 건물, 이곳저곳
버얼건 철근마저 퍼석한 슬래브 천장 귀퉁이,
제비집만 하나둘씩 세 들어 명맥을 잇는지
청학골 샌님도 부럽지 않은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강남서생 두엇 수런수런 경(經)을 외운다
십 년 넘어 문 닫힌 폐 시장,
풀들도 자라지 않는 산화된 시멘트 바닥은
오늘도 제 살을 파먹으며
퀴퀴한 도시의 비린내와 싸운다
말랑한 눈물과 어둠을 굴리던
그날의 흐려져 간 눈망울,
두류공원을 향하는 내내,
무뎌 오는 발걸음을 짓누르며
따라오는 울부짖음은 집을 지어라. 새집을
누가 시장의 경(經)을 듣고 그냥 가는가
*파도고개: 대구광역시 두류동에 소재한 고개, 작은 언덕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한다, 논어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