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을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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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을 밟으며

홍수희 0 4228
저자 : 홍수희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     출판사 : ...............
은행잎을 밟으며/홍수희 


내가 아닌 나를 밟고
걸어갑니다

가을은 온통
비릿한 슬픔의 내음

아직도 벗지 못한
거짓의 비늘이 있어

내 온몸 눈물로 가득 차
출렁이는데

저 노랗게 반짝이는
눈부신 것이

저 발아래 밟히는
정다운 것이

그토록 오랫동안
품고 살았던

소리만 쩔렁이는
기도였다면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모두어

단 한 번의
사랑이 된다 하여도

최후처럼
그 날이 온다하여도

나를 벗어 나를 밟고
먼 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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