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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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뻐

봄에 0 4355
저자 : 강민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너무 예뻐/강민경


 10월 초, 정오의 햇빛을
 땡볕이라 해야 하나!
 더위로 몸이 허약해진 걸까?
 땀이 배기 시작한 축축한 옷이
 마땅찮아 편해 보이는
 돌 위에 앉아 숨 고르다가
 계곡 타 내린 촘촘한 나무 사이에
 얼굴 빠꼼이 내민 빨간 꽃 한 송이가
 아주 예뻐
 꺾어가고 싶어 이리저리 살피다가

 내가 이 꽃을 꺾으면 
      이 꽃은 죽은 목숨인데!
 애잔함은
 이 꽃의 생명을 꺾을 수가 없다

 산골짝에 핀 주인 없는 꽃이라고
 함부로 꺾어 죽게 한다면
 이곳을 지나는 다른 이들은
 또 얼마나 팍팍할까!
 내가 너를 아껴두면
 여기를 지나는 사람들도
 너를 보며 즐거워하겠지!
 
 이제부터 숨어 있지 말고
 많은 사람과 즐겁게 만나거라
 선심 베푸는 내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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