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고요를 핥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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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고요를 핥아라

임백령 0 5571
저자 : 이영종     시집명 : 박재삼신인문학상대상
출판(발표)연도 : 2012년도     출판사 :
꽃의 고요을 핥아라

엄지가 검지보다 작은 내 발은
아버지를 일찍 여윌 상(相)이라 한다
그래도 평발은 아니어서
땅 끝까지는 걸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바닥을 치며 걷는 일이 삶이라 여겼으므로
첫사랑의 집 앞에서 더는 걸을 수 없을 때
달을 추돌할 수 없는 지구의 심정으로
굳은살이 박혀 왔다

우리 발톱을 빼내려는 것들에게
달려드는 내 발이 자랑스러웠다
물풀을 묻혀 조심스레
집 현관으로 돌아와 서면
드라마처럼 들려오던 식구들의 목소리로
내 발은 티눈을 박았고 물집을 잡았다

걷기 위하여 혹은 서기 위하여
많은 날들은 꽃의 고요를 개미처럼 핥도록 내버려둘 것
꼭두새벽 신발 바닥에 숨겨두었던 맨발을
쓸어 담으며 길을 나선다
별 다섯 개를 받아도 발을 올리는 날까지
바닥을 치며 멈추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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