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안개 1
손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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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7 12:21
저자 : 손상호(우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가을안개 1
새벽마다 할로겐 가로등 아래
삼삼오오 몰려드는 인부들,
담배를 피운 뒤 언제나
자판기에서 커필 뽑아들고 잠시 몸을 데우다가도
깨진 범퍼를 달고 쥐색 승합차가 와서 멈추면
안개를 뚫고 또 어디론가 떠나가는데
그들이 하루하루를 맡기는 그곳,
내가 사윈 모닥불 앞에 쓰러져 있던
겨울 공사장과 같이
춥고도 먼 곳은 아닐 것이다
봄이 오기도 전에 낼 등록금은
젊은 나에게도
젊은 아들딸을 둔 늙은 그들에게도
동상으로 부은 손가락처럼 아픈 것이다
뻐근한 어깨로 안개를 걷어내며
날마다 나서는 길의 끝,
멀어서 도저히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은 아닐 것이다
마른 잎을 모조리 털어 내고도
나뭇가지가 다 부러지거나 나무가 넘어지기 전에는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세상이야 원래가 그런 곳이라며
바람에 개의치 않는 집들,
차가운 땅에 배를 댄 채 어둔 밤을 보내지만
날이 밝는 대로 안개를 몰아내는 해가 거기 있는 한,
우리가 있는 곳이 집에서 아무리 멀더라도
따사로운 햇살을 앞세워 돌아올 수 있다
새벽마다 할로겐 가로등 아래
삼삼오오 몰려드는 인부들,
담배를 피운 뒤 언제나
자판기에서 커필 뽑아들고 잠시 몸을 데우다가도
깨진 범퍼를 달고 쥐색 승합차가 와서 멈추면
안개를 뚫고 또 어디론가 떠나가는데
그들이 하루하루를 맡기는 그곳,
내가 사윈 모닥불 앞에 쓰러져 있던
겨울 공사장과 같이
춥고도 먼 곳은 아닐 것이다
봄이 오기도 전에 낼 등록금은
젊은 나에게도
젊은 아들딸을 둔 늙은 그들에게도
동상으로 부은 손가락처럼 아픈 것이다
뻐근한 어깨로 안개를 걷어내며
날마다 나서는 길의 끝,
멀어서 도저히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은 아닐 것이다
마른 잎을 모조리 털어 내고도
나뭇가지가 다 부러지거나 나무가 넘어지기 전에는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세상이야 원래가 그런 곳이라며
바람에 개의치 않는 집들,
차가운 땅에 배를 댄 채 어둔 밤을 보내지만
날이 밝는 대로 안개를 몰아내는 해가 거기 있는 한,
우리가 있는 곳이 집에서 아무리 멀더라도
따사로운 햇살을 앞세워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