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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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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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以柏 0 1238
저자 : 최남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11.13     출판사 :
두 고랑 레일을 깔고 터널 끝 어두움 삼키며
빛을 찾아서 하염없이 달려온 시간 게워놓고
게워놓은 시간만큼 매달은 뒷모습이 처량하다

쇳소리 멀어지는 지하철 역사는 논이었거나
울긋불긋 고추가 가을을 수놓았을 밭이었거나
이랑이 사라진 세월의 표피에도 도둑이 들었다

시나브로 달라붙은 발광다이오드 불빛이
전동차 안의 저마다 손아귀에서 발광하는
도깨비바늘이 매달린 도깨비 소굴이다

말없이 붙어 있는 바늘 끝이 초침처럼 뾰족하여
영혼까지 닿았는가 싶어 바라본 내 손바닥에도
도깨비바늘이 덕지덕지하다

재갈이 물린 도깨비가 인간의 영혼에
바늘을 꽂고 인간애를 흡수하는 공간에서
주머니에 잠시 넣어두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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