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해체 쇼
이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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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7 14:45
저자 : 이태건
시집명 : 시향(동인지)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한림출판사
참치 해체 쇼
네 짧은 혀의 미각을 위해
나는 온통 벗은 몸이다.
꼬리지느러미가 향하던 수평선도
가득 머릿속에 담았던 하늘도 너의
컴컴하고 깊은 식탐 속으로 가라앉았다.
단번에 대가리를 자르는 현란한 손놀림에
모인 관객들은 탄성을 울리고
연민으로 잠시 벗어나던 눈길 몇
다시 칼끝으로 모여든다.
시대 속으로 침몰한 배처럼
내 몸뚱아리가 해체되는 것은 그저
맛이거나 눈요기일 뿐이다.
그러나 잊지 말라.
마음껏 헤엄치던 우리의 푸른 바다는
네 목구멍보다 더 더 깊다는 걸.
수천만 수만만 참치떼들이 수평선 너머까지
여전히 펄떡거리며 펄떡거리며
하늘을 담고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네 짧은 혀의 미각을 위해
나는 온통 벗은 몸이다.
꼬리지느러미가 향하던 수평선도
가득 머릿속에 담았던 하늘도 너의
컴컴하고 깊은 식탐 속으로 가라앉았다.
단번에 대가리를 자르는 현란한 손놀림에
모인 관객들은 탄성을 울리고
연민으로 잠시 벗어나던 눈길 몇
다시 칼끝으로 모여든다.
시대 속으로 침몰한 배처럼
내 몸뚱아리가 해체되는 것은 그저
맛이거나 눈요기일 뿐이다.
그러나 잊지 말라.
마음껏 헤엄치던 우리의 푸른 바다는
네 목구멍보다 더 더 깊다는 걸.
수천만 수만만 참치떼들이 수평선 너머까지
여전히 펄떡거리며 펄떡거리며
하늘을 담고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