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 한 마리 김밥
체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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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14:56
저자 : 이영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년
출판사 :
꽁치 한 마리 김밥
이영균
꽁치 가슴이 얼렸다
목 밑에서 꼬리까지 가시로 날을 세운
힘찬 대칭형 척추가 해체되자
해설자가 씹지 못할 시사는 회칼로 구석구석
경계를 허물며 발려진다
한 마당처럼 펼쳐진 한 장 김 위에
하얀 이밥을 장문의 문장이려니 펼쳐 놓고
뼈 추려진 꽁치를 누인다
절제된 전설의 손이 꽁치의 옆구리를 곧은 말로 말자
흰 문장에 말려 내뱉듯 한쪽 끝에 주둥이로 키를 맞추고
꼬리지느러미를 약간 흔들어 답이라 쓴다
이로써 한 장의 사연이 두루마리로 작성되었다
내용을 자르는 것도 맛 손의 몫이어서
머리 쪽부터 차례로 동그라미를 쳐 나간다
맛의 합인즉 꽁치, 밥, 김의
절묘한 삼합이다
눕혀보면 중앙은 찬, 중간은 밥, 가장자리는 김 말림
먹어 보면 꽁치가 입속에서 회를 친다.
상부는 사회지도층 맛으로
중간은 기름진 기업 총수의 맛으로
꽁지 쪽은 담백한 서민의 뚝심
부위마다 서로 다른 바다의 맛이다
어느새 부위, 부위, 식단 다 사라지고
활어회에 눈길이 가는데
마지막 남겨진 김밥 속 꽁치 머리가
바닥의 제왕처럼 미각(味覺)에
도끼눈을 뜬다
이영균
꽁치 가슴이 얼렸다
목 밑에서 꼬리까지 가시로 날을 세운
힘찬 대칭형 척추가 해체되자
해설자가 씹지 못할 시사는 회칼로 구석구석
경계를 허물며 발려진다
한 마당처럼 펼쳐진 한 장 김 위에
하얀 이밥을 장문의 문장이려니 펼쳐 놓고
뼈 추려진 꽁치를 누인다
절제된 전설의 손이 꽁치의 옆구리를 곧은 말로 말자
흰 문장에 말려 내뱉듯 한쪽 끝에 주둥이로 키를 맞추고
꼬리지느러미를 약간 흔들어 답이라 쓴다
이로써 한 장의 사연이 두루마리로 작성되었다
내용을 자르는 것도 맛 손의 몫이어서
머리 쪽부터 차례로 동그라미를 쳐 나간다
맛의 합인즉 꽁치, 밥, 김의
절묘한 삼합이다
눕혀보면 중앙은 찬, 중간은 밥, 가장자리는 김 말림
먹어 보면 꽁치가 입속에서 회를 친다.
상부는 사회지도층 맛으로
중간은 기름진 기업 총수의 맛으로
꽁지 쪽은 담백한 서민의 뚝심
부위마다 서로 다른 바다의 맛이다
어느새 부위, 부위, 식단 다 사라지고
활어회에 눈길이 가는데
마지막 남겨진 김밥 속 꽁치 머리가
바닥의 제왕처럼 미각(味覺)에
도끼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