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연애 / (宵火)고은영

 
은둔한 내 삶의 그림이야말로
지금은 최고의 절망처럼 하얗게 스러질 뿐이다
사랑의 정점에서조차 그는
나의 언 발을 끌어안고 끝없는 키스를 퍼부었다
그에게 있어 나의 발은
아주 높은 곳에 자리한 페시미즘

희미한 꼭짓점들이 서로 마주하면
키득거리는 일 초자 단 팥처럼 붉고 달콤했다

눈이 내린다
순결처럼 슬프기만 한 그리움들이 육화돼어
온 세상 하얗게 쌓이고 또 쌓이는
겨울의 이 깊은 양수 안에 함박눈 사붓한데
가만 엎디어 폐쇄된 어둠을 더듬는다

그때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섬세한 촉수들은
지금 어디를 향해 불거져 있으며
어느 내리막에서 출구를 찾고 있나

201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