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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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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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의 무게

체스리 0 1261
저자 : 이영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년     출판사 :
빈손의 무게
 
이영균
 
 
벽장의 가방이 텅 비었다는 거
방치된 지 벌써 오래여서 앞쪽 작은 뚜껑만 겨우
손때가 반질거릴 뿐
끈적끈적 먼지 이끼가 묻어난다
 
시대의 사기꾼 누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번호를 매긴 가방들이 즐비했다던 요선동 이층집 주인장, 사업을 접고 광산 골 화전에 박을 심을 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동아줄이었었다 했는데 철 이른 된서리에 공예용 표주박이 주저앉자 그해 농사가 죽사발이 나서 쪽박을 차게 되자 군납공장 세 개씩이나 집어먹고 달아난 공장장 용덕 아비를 찾아 나섰다가 단칸 셋방에 올망졸망 식솔들과 겨우 풀떼기로 연명하는 꼬락서니를 보고는 대려 말살만 팔아주고 돌아섰다 했고 그때부터 삶이 곤두박질쳐 하강 곡선을 그렸다는데 설상가상 화전에서 쫓겨나 공수공권이 될 찰나 요행이 이주민 촌에 입성했으나 이미 의욕은 고갈되고 몸은 병들어 노약해져 갱이 손 같은 처 덕에 입에 풀칠은 했었는데 생활이 이미 성긴 채반 같아 점점 궁핍해지고 병에도 약 한 첩 못쓰게 되자 지믈지믈 눈을 감았기에 가방이 텅 비었다는 거
 
북망산이라도 편이 가시라고
미투리에 여비 챙겨주려 가방을 찾았으나
그의 몸처럼 이미 다 말라버려
더는 벗길 것도 입힐 것도 없으니
가는 길 가벼우련만
그의 귀천 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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