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길(아버지 시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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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길(아버지 시대를 생각하며)

박인걸 0 890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1.15     출판사 :
눈 길

끝없는 버덩 길을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어떤 나그네는 온 종일
외롭게 걷고 또 걸었다.

눈 녹은 물이
목덜미를 타고내릴 때면
습기 밴 낡은 옷에서
고달픈 냄새가 올라온다.

차가운 눈보라는
가슴까지 파고들어
피죽으로 요기한 창자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

발걸음은 천근이고
어깨는 만근이다
삶의 무게가 버거워
두 다리는 휘청거린다.

그가 눈을 밟았으나
이제는 눈이 그를 밟는다.
차갑게 내리는 눈이
언 가슴을 사정없이 밟는다.
201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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