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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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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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감퇴

체스리 0 918
저자 : 이영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년     출판사 :
시력감퇴
 
이영균
 
 
동자가 풀린 듯 뿌연 눈
동네 언덕 꼭대기 집 주정뱅이에게서 볼 땐 몰랐네
돋보기를 끼고도 눈을 치켜뜨고 컴퓨터를 두드리는 내가
그 지경이 될 줄은
참작해야 할 글을 책자에서 찾느라
돋보기 아래 또 확대경을 겹쳐대야 겨우 0.5 시력 정도일 줄은
그렇게 애쓰는데 팍하고 확대경이 떨어져 깨졌다
 
‘앞이 희미해서 아픈 건 난데
왜 제까짓 게 아프다 깨지고 지랄이야
만사 눈 감고 싶은 건 나야 나.‘
 
달래듯 조심스럽게 깨진 조각을 주어 맞춰본다
잘해보라는 듯 눈알에 실선을 난발하며
그것만이도 잘 들여다보라는 확대경
순간접착제 탓에 독일의 동과 서 그리고
남과 북이 겨우 통합을 이루었는데
이번엔 화인(火印)처럼 찍힌 지문 탓에
투명함을 상실하고 말았다
 
헌 확대경을 찾아 들여다보는데
자꾸 깨진 것에 애착이 실려
그가 내 눈의 일부였다는 사실에 서글프다
 
언제부턴가 내 눈 속에 기거하게 된 그 아저씬
술만 끊으면 눈 밝아지겠지만, 점점
내 눈은 북극의 밤 풍경
오로라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밤 더 깊어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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