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녀가 되살아 오네
체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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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2018.02.22 08:19
저자 : 이영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년
출판사 :
가을, 그녀가 되살아 오네
이영균
장미가 지고도 붉던 입술인 듯
불같던 그녀가 여름 주저앉듯 시들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했던 걸까?
잎 무성하게 피워내야만 했을 가느다란 몸
억지로 억센 듯
목줄에 술잔 사각거리든 안간힘
눈을 감으면 가을 바람결엔
풋풋한 그녀 냄새가 난다
얼핏 소독의 흔적인 듯 드리우는
푸른 그늘
언제부터 잎끝이 말라가고 있었을까?
다소곳이 줄어만 가든 말 수
주점 불빛 아래 가늘게 피어오르든
좌절의 억센 꽃가루들
그 저녁보다 한 키쯤 더 취해서
한 뼘 더 늘어지던 수다
애써 태연해 하던 그 눈빛은
지고 있다는 애원이었다
목덜미 쥐었다 놓았다 하는 생의 그늘
그녀의 가느다란 목 조여오고 있었음인데
우린 아무도 몰랐다
병상에서 한동안 미동도 없던 그녀가
한 잎씩 줄기에 생기 다시
피워내고 있음을
바스러져 가던 잎들에 핏물이 돌아
붉게 성숙한 가을빛 띄움을
이영균
장미가 지고도 붉던 입술인 듯
불같던 그녀가 여름 주저앉듯 시들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했던 걸까?
잎 무성하게 피워내야만 했을 가느다란 몸
억지로 억센 듯
목줄에 술잔 사각거리든 안간힘
눈을 감으면 가을 바람결엔
풋풋한 그녀 냄새가 난다
얼핏 소독의 흔적인 듯 드리우는
푸른 그늘
언제부터 잎끝이 말라가고 있었을까?
다소곳이 줄어만 가든 말 수
주점 불빛 아래 가늘게 피어오르든
좌절의 억센 꽃가루들
그 저녁보다 한 키쯤 더 취해서
한 뼘 더 늘어지던 수다
애써 태연해 하던 그 눈빛은
지고 있다는 애원이었다
목덜미 쥐었다 놓았다 하는 생의 그늘
그녀의 가느다란 목 조여오고 있었음인데
우린 아무도 몰랐다
병상에서 한동안 미동도 없던 그녀가
한 잎씩 줄기에 생기 다시
피워내고 있음을
바스러져 가던 잎들에 핏물이 돌아
붉게 성숙한 가을빛 띄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