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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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poemlove 1 8138
저자 : 기형도     시집명 : 입 속의 검은 잎
출판(발표)연도 : 1989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1 Comments
최일화 2011.08.17 21:21  
우선 2행의 '떨어트리려'는 '떨어트리리'로 바꿔야 합니다.
글쎄요, 내가 20대 적에 아무리 상황이 비참했더라도 이렇게 시를 쓸 수는 없었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든지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자립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친구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열심히 선후배 어울려 인맥 쌓고 다녔을 것입니다.
혹은 찍어둔 한 여자에게 홀딱 빠져 밤이나 낮이나 그애 생각에 만사 제쳐놨을 것도 같습니다.
나 대학 다닐 때도 날마다 데모가 그칠 날이 없었지만 나는 내 인생을 조국의 민주화에 헌신하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보다 한참 후배인 이 시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지냈던 것일까요?
그의 시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미 그의 육성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그를 만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외부와 단절된 한 젊은이의 고독, 절망, 탄식이 읽힙니다.
그리고 그걸 혼자만의 비밀노트에 끝없이 적어나가는 소심한 젊은이가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젊은이는 깨닫습니다.
질투가 내가 가진 전부라고, 그게 힘이라고.
비밀이 나의 힘이라면 모르겠는데 질투가 나의 힘이라니?
그럴까? 혹시 나도 그런 걸까?
나도 저 외부세계에 대해 질투로 활활 타고 있는 걸까?
스스로 인정하지 못할 뿐이지 사실이 그런 걸까?
그래 데모를 하고 혁명을 부르짓고 민주화를 외치는 걸까?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다른 시를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시인을 더 알려면 빨리 시인의 다른 글을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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