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의 강
이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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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8 13:36
저자 : 이길옥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
출판사 :
<불임의 강>
- 돌샘/이길옥 -
빗물이 구불구불 S자로 고랑을 내고 흐르며
나를 부른다.
따라가자 한다.
호기심을 데리고 망설이는데
다른 데서 흘러든 물이 몸을 합쳐 굵어지더니
제법 힘깨나 쓴다.
골이 커지고 깊어지는가 싶더니
바닥의 굵은 자갈을 일으켜 세운다.
한참을 주저하다가
꿈틀거리는 물길에 끌려
아래로, 아래로 휩쓸린다.
비비 꼬이며 뒤틀리는 것도 보고
어지럽게 휘몰아치다 맥 풀리는 것도 보고
더하고 보태어 굵어질 대로 부푼 강
굽은 허리 쭉 펴고
콘크리트벽으로 숨통이 막혀 있는 강
풀 한 포기 뿌리 내리지 못하는 곳에
같이 가보자 하던
함께 흘러보자 하던 물의 한숨
뛰어오르던 피라미
떼 지어 꼬리 치던 송사리 모두
불임으로 대가 끊기고 있는 강의 끝자락까지
끌어낸 이유에 녹조가 낀다.
- 돌샘/이길옥 -
빗물이 구불구불 S자로 고랑을 내고 흐르며
나를 부른다.
따라가자 한다.
호기심을 데리고 망설이는데
다른 데서 흘러든 물이 몸을 합쳐 굵어지더니
제법 힘깨나 쓴다.
골이 커지고 깊어지는가 싶더니
바닥의 굵은 자갈을 일으켜 세운다.
한참을 주저하다가
꿈틀거리는 물길에 끌려
아래로, 아래로 휩쓸린다.
비비 꼬이며 뒤틀리는 것도 보고
어지럽게 휘몰아치다 맥 풀리는 것도 보고
더하고 보태어 굵어질 대로 부푼 강
굽은 허리 쭉 펴고
콘크리트벽으로 숨통이 막혀 있는 강
풀 한 포기 뿌리 내리지 못하는 곳에
같이 가보자 하던
함께 흘러보자 하던 물의 한숨
뛰어오르던 피라미
떼 지어 꼬리 치던 송사리 모두
불임으로 대가 끊기고 있는 강의 끝자락까지
끌어낸 이유에 녹조가 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