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모습을 고치다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옆모습을 고치다

최한나 0 591
저자 : 최한나     시집명 : 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출판(발표)연도 : 2022년     출판사 : 문예바다
옆모습을 고치다

최한나




내 옆모습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베개
악몽을 상영하는 땀이 가득 쥐어진 손과 눌린 뺨에
잘 못 접혀진 귓바퀴
모로 누워 꾼 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개를 돌리면 비대칭 옆얼굴이 보인다
엄마의 팔베개 온도를 아직도 기억하는 왼쪽 뺨과
엄마의 심장소리가 희미해져 가는 오른쪽 뺨
어느 쪽이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로
반대편 옆얼굴을 닮으려 곁눈질 했을 것이다


젊은 날은 이마와 콧날을 지나
모두 옆으로 사라졌다
밤을 하나 건널 때마다 턱 선에서 대롱거리다가
미끄러진 꿈들, 어두운 차창에 실려 갔다
미처 보지 못했던 상흔들이 턱 선에 매달려 흔들린다
반사가 없으면 어차피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모를 수밖에 없다


영혼이 없는 얼굴을
내 얼굴이라 믿고 산지도 꽤 됐다
타인을 향한 배려, 그 많은 손짓을 분첩은 알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옆얼굴을 고치다보면
가장 혹사당한 표정은 다 그 곳에 있다
왼쪽 뺨의 야윈 꿈과 살 진 오른쪽 뺨의 꿈을
분간하지도 못한 채 꿈속을 살다가
거울 속에서 깨어난다
꿈은 현실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옆얼굴은 가장 현실의 모습이다


풀 죽은 눈꼬리 끌어 올리고
두 손바닥으로 두드리고 쓰다듬는 턱선
거울 속에만 사는 옆모습의 속사정
오늘밤엔 또 베개가 실컷 울겠다


(2017 . 11 .월간 우리시)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