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모습을 고치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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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1 08:28
저자 : 최한나
시집명 : 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출판(발표)연도 : 2022년
출판사 : 문예바다
옆모습을 고치다
최한나
내 옆모습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베개
악몽을 상영하는 땀이 가득 쥐어진 손과 눌린 뺨에
잘 못 접혀진 귓바퀴
모로 누워 꾼 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개를 돌리면 비대칭 옆얼굴이 보인다
엄마의 팔베개 온도를 아직도 기억하는 왼쪽 뺨과
엄마의 심장소리가 희미해져 가는 오른쪽 뺨
어느 쪽이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로
반대편 옆얼굴을 닮으려 곁눈질 했을 것이다
젊은 날은 이마와 콧날을 지나
모두 옆으로 사라졌다
밤을 하나 건널 때마다 턱 선에서 대롱거리다가
미끄러진 꿈들, 어두운 차창에 실려 갔다
미처 보지 못했던 상흔들이 턱 선에 매달려 흔들린다
반사가 없으면 어차피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모를 수밖에 없다
영혼이 없는 얼굴을
내 얼굴이라 믿고 산지도 꽤 됐다
타인을 향한 배려, 그 많은 손짓을 분첩은 알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옆얼굴을 고치다보면
가장 혹사당한 표정은 다 그 곳에 있다
왼쪽 뺨의 야윈 꿈과 살 진 오른쪽 뺨의 꿈을
분간하지도 못한 채 꿈속을 살다가
거울 속에서 깨어난다
꿈은 현실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옆얼굴은 가장 현실의 모습이다
풀 죽은 눈꼬리 끌어 올리고
두 손바닥으로 두드리고 쓰다듬는 턱선
거울 속에만 사는 옆모습의 속사정
오늘밤엔 또 베개가 실컷 울겠다
(2017 . 11 .월간 우리시)
최한나
내 옆모습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베개
악몽을 상영하는 땀이 가득 쥐어진 손과 눌린 뺨에
잘 못 접혀진 귓바퀴
모로 누워 꾼 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개를 돌리면 비대칭 옆얼굴이 보인다
엄마의 팔베개 온도를 아직도 기억하는 왼쪽 뺨과
엄마의 심장소리가 희미해져 가는 오른쪽 뺨
어느 쪽이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로
반대편 옆얼굴을 닮으려 곁눈질 했을 것이다
젊은 날은 이마와 콧날을 지나
모두 옆으로 사라졌다
밤을 하나 건널 때마다 턱 선에서 대롱거리다가
미끄러진 꿈들, 어두운 차창에 실려 갔다
미처 보지 못했던 상흔들이 턱 선에 매달려 흔들린다
반사가 없으면 어차피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모를 수밖에 없다
영혼이 없는 얼굴을
내 얼굴이라 믿고 산지도 꽤 됐다
타인을 향한 배려, 그 많은 손짓을 분첩은 알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옆얼굴을 고치다보면
가장 혹사당한 표정은 다 그 곳에 있다
왼쪽 뺨의 야윈 꿈과 살 진 오른쪽 뺨의 꿈을
분간하지도 못한 채 꿈속을 살다가
거울 속에서 깨어난다
꿈은 현실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옆얼굴은 가장 현실의 모습이다
풀 죽은 눈꼬리 끌어 올리고
두 손바닥으로 두드리고 쓰다듬는 턱선
거울 속에만 사는 옆모습의 속사정
오늘밤엔 또 베개가 실컷 울겠다
(2017 . 11 .월간 우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