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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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임백령 0 909
저자 : 임백령     시집명 : 광화문-촛불집회기념시집
출판(발표)연도 : 2017.03.30     출판사 :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내일이 세월호 추모 4주기 되는 날, 하나는 전에 올린 것 같은데, 다시 꺼내어 둘을 모아 슬픈 마음을 함께한다.

<색을 바꾸기로 했단다>

좋아하는 색을 바꾸기로 했단다.
노란 과일의 껍질을 열면
얌전한 네가 눈을 뜨고 거기 앉아 있을 것
같아서 가슴이 쿵쿵거려 손을 못 대고

민들레 개나리 씀바귀 양지꽃 색을 내밀면
수없이 접어 만드는 노란 리본처럼
가슴에 영영 박혀 들 것 같아서
갈 수밖에 없구나 다른 빛의 세계로

색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슬픔의 고통보다 슬픔을 접는 것이 힘들듯
네 꿈의 배가 갈앉은 바다의 푸른 빛깔도
검정도 하양도 분홍도 택할 수가 없으니

네게 물어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길이 없어 어릴 적 네 그림공책을 열어 보기로 한다.
무지갯빛 온갖 그림들 떠올라 눈부시다가도
순간 색을 잃는 텅 빈 하늘 공허한 눈빛 남기고

너는 무슨 빛깔로 다시 태어났니?
몸속엔 여전히 따뜻한 피가 흐르는지
여린 아가의 눈빛을 들여다보고 싶구나
꿈에라도 너를 품는 늙은 태몽을 주지 않으련?



<귀환>

이순신장군상 뒤 해치마당에 놓인 뱃고동 하얀 나팔이 향한 곳
304개의 구명조끼와 국화꽃이 놓이고 촛불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들 지나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또 모르는 사이 아홉 명이 모여
펌프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미친 듯이 자신들의 숨을 퍼부어야만
가라앉는 세월호가 떠오를 수 있다. 속도를 세 배 네 배로 늘리며
촛불의 빛에 어둠 속 흐릿하게 비치는 남녀노소의 미친 춤사위
사람을 살리려는 가열한 몸짓으로 헉헉대며 구겨 넣는 거친 숨결
펌프질하는 손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저곳에 의인들이 있다.
가라앉는 세월호야 떠올라라 숨이 멎는 사람들아 다시 숨을 쉬어라
아홉 사람 숨결 모아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떠받친다.
꺼져가는 사람들의 호흡 불씨 살려 몰아쉬는 숨소리 들려온다.
부우웅----------------------------------------
소망의 공기주머니가 배를 떠받치고 일어서는 소리 들어 보아라
멎었던 숨결들 다시 피가 도는 소리 귀기울여 보아라 저 박동
어둠을 뚫고 팽목 항에서 뱃고동 울리며 돌아온다. 살아서 모두들
광화문 해치마당 304개 촛불이 있는 곳으로 무사히 귀환하고 있다.


* 두 번째 사진은 광화문 앞 해치마당에서 찍었던 것이다. '귀환'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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