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이 - 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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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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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근이 - 김광규

관리자 0 5810
저자 : 김광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여의도 지하철 공사장 지나다가
길이 막혀 철판 위에 서 있으려니
좌회전 우회로를 가리키는 늙은 인부 한 사람
거무튀튀한 얼굴과 귀에 익은 쉰 목소리
안전모 쓰고 노란 깃발 흔드는 모습
돌아보니 틀림 없는 석근이
국민학교 시절 닭쌈 잘하던 놈
돌처럼 무겁게 시골에 뿌리박고
농사꾼으로 한평생 살아온 친구
지난 가을 시제 때 말했었지
쌀 농사 공들여 지어봤자
한 가마에 십이만오천 원
한 섬지기라야 별 것 아니여
겨우 먹고 살 수 있다 해도
아이들 가르치기는 힘들어......
고향의 담북장과 동치미 맛
쉰 살이 넘도록 지켜왔는데
넓은 멧갓과 적잖은 논밭 놀려둔 채
일단 오만 원의 일용 잡부가 되어
마침내 서울로 올라온 석근이
안전모와 작업복이 어색한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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